Disabilities
미국은 신체장애, 또는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시설과 제도가 잘 되어있는 편인데요. 교육시설이나 후원 system도 구축이 되어 있고, 법적으로도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명시되어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장애인들이 이들을 사회적으로 꺼리거나 낯설어하지 않도록 어린시절부터 교육을 시키는데요. 이들은 장애가 있는 부분에 한해서 배려를 해줘야 하는 존재인 동시에 다른 사람과 똑같은 인격체라는 개념을 심어줍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handicapped용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시면 벌금이 아주 높죠. 또 wheelchair에 탄 분들이 혼자 다닐 수 있도록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가는 부분에 ramp가 있고, 지하철 역 등에는 elevator가 설치되었습니다. 또 bus를 타게 된다면 운전사가 bus를 세우고 내려서 이분들이 타고 내리는 것을 돕는데요. 한국에서 자라신 분들은 이럴 때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꽤 많은 미국인들이 이럴 때 bus가 정차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없습니다.
Franklin D. Roosevelt, the 32nd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on a wheelchair.
미국인의 이런 장애인에 대한 태도에는 이렇게 법적인 이유와 교육 외적인 것도 있는데요. 저는 미국의 개인주의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미국인들은 다른 사람의 일이나 사정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죠. 예를 들어서 고등학교 수업 중에 갑자기 누가 일어나서 가방을 챙겨서 나가는데 선생님이 아무 제지를 하지 않으면, 다른 학생들이 어디 가요, 라고 묻지 않습니다. 한국분도 이럴 때 묻지 않으실 수 있지만, 그럴 경우 대부분은 속으로는 궁금하지만 겉으로 나타내지 않는 것이죠. 그러나 미국사람들은 대체로 그냥 뭐가 이유가 있으니까 가는 거겠지, 라고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정말로 다른 사람의 일에 흥미가 없어요. 한국사람은 다른 사람이 같은 상황에서 나와 동일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좀 불안해하기도 하죠.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나만 모르고 있는 건가, 이 사람이 뭘 갖고 있는데 왜 나는 없나, 내가 뭘 빠트리고 받지 않았나, 등등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자연히 다른 사람의 행동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미국인들은 대부분 자기 일이 아니면 신경을 끕니다. 국민성이 다른 이유도 있지만, 자기 일만 잘 하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고 알기 때문에 그런 신뢰를 바탕으로 자기 일에만 집중을 하고 남이 뭘 하는가에는 에너지를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즉 개개인마다 사정과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처음부터 전제를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모든 면에서 똑같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것이죠. 이런 개인차에는 많은 종류가 있겠지요. 쉽게는 눈이나 머리색, 피부색, 체격같은 외적인 조건부터, 그외 체질적인 특징, 즉 선천적인 질병이나 만성질환, 성인병 같은 것도 있겠죠. 예를 들어서 요즘은 음식 allergy가 있는 사람이 많아졌죠. 그래서 학교 다니는 자녀를 두신 부모님이시라면 익숙한 scenario겠는데, 친구를 초대하거나 학교에서 같이 먹으려고 음식을 준비할 때 친구들, 학생들 중 allergy 있는 사람을 고려해서 그 list에 든 음식은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누가 나는 뭐뭐를 먹지 않아요, 라고 한다면 장난으로라도 일부러 그걸 먹이거나 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은 신입생 환영회나 회식때 단결을 한다고 다 똑같이 음식이나 음주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거절하면 두고두고 말이 많고 더 심한 경우 왕따를 당할 수도 있죠. 미국은 워낙 이런 개인별 증상이 많다보니까 내가 이런 condition이 있어, 라고 얘기를 해도 유별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고요, 누구나 이런 사항이 한두 개는 기본으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들 여느 사람과 다른 점이 있고,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않다보니 자연히 자신의 장애나 또는 비정상적인 부분이 한국에서만큼 숨겨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애가 있다는 것에 촛점을 맞추기보다 그 장애를 가진 상황에서 최선의 삶을 누리는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이과나 사회과학을 공부하신 분은 아시겠지만 어떤 문제를 풀때 규정요인이라든가 제약이 있으면 그 안에서 해답을 찾게 되는데요, 장애를 그렇게 보기도 합니다. 즉 내가 다리를 못쓰거나 시각장애이고 그걸 바꿀 수 없다면, 그런 제약 아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더 나은 방법이 있나 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포츠를 해서 Paralympics에 나가기도 하고, 음악이나 기타 예술활동을 하기도 하고요.
어려서 polio, 소아마비에 걸렸던 분들이 계신데, 그중 유명인사도 많습니다. 이 병을 얼마나 심하게 앓았느냐에 따라 현재 그 병력이 나타나는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죠. 그러나 공통점은 어려서 침대에 누워서, 어떤 경우에는 철로 된 호흡기계 안에 갖힌 상태로 지내면서 뭔가 취미나 특기가 생겼거나,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라고 시작한 운동으로 나중에 세계적인 인물이 되기도 했고요. 1960년 London Olympics에서 육상 3관왕이 된 Wilma Rudolph라는 분이 그런 경우이죠. 또 Tarzan으로 유명해진 Johnny Weissmuller와, 한국에서도 제작이 된 musical Chicago에서 Roxie Hart 역을 처음 맡았던 Broadway의 명배우 Gwen Verdon도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고 나서 운동과 무용을 시작한 것이고요.
또 제 지인 중 훌륭한 학자이신 한분은 어려서 소아마비 하나로도 부족해서 언어장애까지 있었거든요.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낙제를 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신체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고등교육을 받고 취업을 해서 평범하게 살아갑니다. 제가 대학교 2학년때부터 저희 학교 학생들을 가르쳤는데요, 그중에 뇌성마비로 motor가 달린 wheelchair를 탄 학생도 있었고, 청각장애인도 있었습니다. 그걸 빼면 둘 다 전형적인 대학생이었어요. 컴퓨터 좋아하고, 숙제하기 싫어하고요.
미국은 또 유명인들이 자신의 자녀가 장애인이면 그걸 숨기지 않고 foundation을 만든다거나 해서 그 자녀가 갖고 있는 장애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고 합니다. 특히 운동선수나 연예인 중에서 자폐증이 있는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노력의 결과로 지금 자폐증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지적장애인들을 위해 열리는 Special Olympics는 미국에서 시작했는데, 이걸 시작한 분이 Kennedy 대통령의 누이인 Eunice Kennedy Shriver여사입니다. 정신질환이 있던 큰언니가 뇌엽절제술을 받고 평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살았는데요. 당시 뇌엽절제술이 흔했다는 점 자체가 미국에서도 한때는 이런 정신적인 문제의 동기를 찾아서 치유하려고 하지 않고 단지 증상을 없애버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에서 정신적인 문제로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게 창피한 일이 아니죠. 한국에서 요즘 정말 안타까운 소식이 계속 들리는데, 정신건강과 관련된 사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당사자의 의지가 약하다는 것만 논하지 말고, 치료를 할 수 있는, 또 정신건강이 좋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힘을 쏟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