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y

요새야 미식축구가 명실상부한 1등 스포츠로 자리잡았지만, 야구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각별합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과 연상이 되고, 또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자신이 실제로 경험을 했든 안했든, 걱정없이 뛰놀고 가족과 화목하게 지냈던 어린 시절과 날씨가 좋은 봄, 여름 밤에 라디오나 TV로 접했던 야구 경기가 겹쳐있기 때문인데요.

Fictional portrait of Portia from Shakespeare's "The Merchant of the Venice".

Fictional portrait of Portia from Shakespeare's "The Merchant of the Venice".

특히 한 고장에서 한 팀을 계속 응원하며 자란 사람들은 선수에 대한 추억도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계하는 캐스터들에 대한 추억도 있습니다. 이게 라디오 방송이라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정말 소리는 한마디만 들어도 딱, 나를 그때 그자리, 그 추억으로 이끄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Boston에서 오래 살았는데, Ned Martin이라는 분이 야구경기중계를 오래 하셨습니다. 그분은 가끔 Shakespeare를 비롯, 좀 야구와 즉각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은 말씀도 많이 했지만, 특히 버릇처럼 하던 말이 하나 있었는데요. “Mercy!”라는 말이었습니다. Mercy. 한국어로 가장 쉽게 “자비”라고 번역을 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이분은 이걸 감탄사로 쓴 것이죠. 이 말은 선수가 멋진 play를 했을 때도 나왔고, 반대로 안타까운 실수를 하거나 운이 좋지 않았을 때도 썼습니다. 의역하자면 “세상에,” “저런,” “어떡해”등을 쓸 수 있겠는데요. 요즘 말로 쓰자면 헐, 대박, 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mercy”라는 말은 단어만 놓고 보면 꼭 종교적인 분위기에서만 쓸 것 같은데 실은 일상생활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는 표현 중에 이 말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야구 얘기로 시작을 했으니 하나 더 말씀을 드리자면, 왜 점수 차가 많이 나면 9 innings을 다 하지 않고 전에 끝내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한국에서는 영어로 “콜드 게임”이라고 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것을 미국에서는 “mercy rule”에 인한 경기종료라고 부릅니다. 즉 상대팀에게 자비를 베푸는 규정이라는 얘기죠. 그럼 왜 한국은 콜드게임인가 궁금하시죠? 그 콜드가 춥다는 cold가 아니고요, “불렀다”는 뜻의 called이고, 즉 게임종료를 선언했다는 뜻입니다. 프로 게임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little league같은 데서는 종종 볼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가장 잘 쓰는 표현으로는 “at the mercy of someone”이 있습니다. 누구의 자비에 달렸다라는 뜻인데요, 자기의 운명이 누구의 손에 달렸을 때 씁니다. 즉 뭔가 처벌을 받거나 혼이 날 일을 했는데 그에 합당한 결과보다 좀 더 수위가 낮은 처분을 바랄 때 쓰는 말이죠. “After the mistake, Tom was at the mercy of his boss.”처럼 쓸 수 있겠고요. 또는 중요한 사안에 대한 결정권이 약간 그 힘을 남용할지도 모르는 사람이나 그 일을 잘 처리할만한 그릇이 아닌 사람에게 있을 때도 이 말을 쓰죠. 이 뜻을 아마 신문 등에서 더 자주 보실텐데요. “The budget was entirely at the mercy of the vice president.” 예산을 부사장만이 좌지우지했다,라는, 즉 그래서 좋지 않았거나 불안했다는 뜻입니다.

또 “have mercy”라는 말도 있는데요, 한국말로 하자면 “좀 봐주세요”라는 뜻이죠. 즉 내가 불쌍하니까 좀 자비로이 봐달라고 사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종교적이거나 법정에서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쓸 때는 너무 무거운 상황보다는 친한 사이에서, 정말 “좀 봐줘”라는 의미로 써야지, 정말 심각한 일을 저지르고 쓰지는 않습니다. “Have a heart”이라고 하기도 하고, 약간 수위는 다르지만 비슷한 뜻으로 “go easy on me” 나를 좀 살살, 잘 대해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억만장자 fashionistas이자 배우 Elizabeth Olson의 언니들로 더 잘 알려진 the Olson twins 쌍둥이 자매가 애기였을 때 출연해 인기를 얻은 미국 sitcom The Full House에서 삼촌으로 나오는 Jesse라는 인물이 이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는데요. 아까 그 야구중계와 비슷한 용법으로, 가장 흔한 예는 그 분이 예쁜 여성이 걸어오는 걸 본다거나 했을 때 “have mercy!”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탁을 해도 전혀 소용이 없고 봐주지 않을 때가 있죠. 그런 것을 merciless라고 하는데요. 뭐뭐-less 하면 뭐뭐가 없다는 뜻이죠. 가차없는,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냉정한, 피도 눈물도 없는, 무서운, 매정한 등의 뜻이죠. 역시 일상생활에서 쓰시려면 정말 심각한 상황보다는 소소한 일을 과장해서 표현할 때 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No mercy”라고 하기도 하고요. 그 말을 제목으로 하는 영화도 있었습니다.

또 “tender mercies”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종교적인 글에서 나온 것으로, 영화제목으로 쓰인 적이 있죠. 두가지 뜻으로 쓰는데, 하나는 말 그대로 부드러운 자비라고 해서, 그냥 자비보다 더 큰 자비를 가리킵니다. 아까 “at the mercy of”같은 말은 idiom 관용구라고 하는데, 이 “tender”와 “mercies”처럼 자주 같이 쓰는 말은 collocation이라고 합니다. “Tender”라는 뜻이 부드럽다니까 대신 “soft”를 써도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말을 하면 미국인에게 이상하게 들리는 거죠. 두번째 뜻은 반의법으로 누구의 운명이 절대 봐주지 않거나 그릇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넘어갈 때 씁니다. “We left them to the tender mercies of the sharks.” 그 사람들 상어떼에게 잘 봐달라고 넘겼어요,라는 말이죠. 언제나 mercies라고 복수로 쓰는 것 기억하시고요.

끝으로 아까 야구 중계자가 Shakespeare를 인용했다고 말씀드렸는데, “mercy”가 들어가는 유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The Merchant of Venice <<베니스의 상인>> 4막 1장에서 Portia가 Shylock에게 자비를 언급하면서 사정하는 대목인데요, 자비란 무엇인가,라고

The quality of mercy is not strain’d;

It droppeth as the gentle rain from heaven

Upon the place beneath. It is twice blest;

It blesseth him that gives and him that takes:

라고 나오고요, 즉 자비란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빗방울처럼 자연히 떨어지는 것이고,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 둘에게 다 복이 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정말 mercy를 베풀때 내 힘을 과시하면 상대편이 더 비참해질 수도 있습니다. 진정한 자비를 내 자신과 주변, 그리고 오늘 준비한 노래처럼 주변 환경에게도 베푸는 마음으로 지내는 한 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Marvin Gaye의 1971년 곡 “Mercy Mercy Me”인데요, 그때 벌써 이 지구의 자연과 환경을 걱정하는 내용을 담은 따뜻하면서도 의미있는 노래입니다.

WHAT'S GOING ON (1971) Eli Fontaine: alto saxophone Wild Bill Moore: tenor saxophone Marvin Gaye: piano, mellotron, box drum Johnny Griffith: celeste, keyboards Earl Van Dyke: keyboards Jack Brokensha: vibraphone, percussion Joe Messina, Robert White: electric guitars James Jamerson: bass guitar Bob Babbitt: bass guitar Chet Forest: drums Jack Ashford: tambourine, percussion Eddie "Bongo" Brown: bongos, congas Earl DeRouen: bongos, congas Bobbye Hall: bongos Katherine Marking - graphic design Alana Coghlan - graphic design John Matousek - mastering Vic Anesini;- Digital Remastering James Hendin - Photography Curtis McNair - Art Dir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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