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b Dylan II

지난번에 올해 Nobel 문학상을 수상한 Bob Dylan에 대해서 조금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때까지만 해도 Dylan 자신이 수상에 대해 아무 언급을 하지 않다가, 드디어 지난달 말에 소감을 밝혔습니다. 영국의 신문인 The Telegraph와의 interview를 통해서였는데요. 왜 그 매체와 연락을 했는지 궁금해질만도 하죠? 이분은 원래 media를 좀 꺼려하는 type이긴 한데요. Interview를 한 것도 수상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Dylan은 요즘 미술작가로서도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마침 이달 초부터 London에서 이분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게 되어서, 그 홍보를 위해 원래 interview가 예정이 되어 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원래 친분이 있던 기자가 수상에 대해서도 슬쩍 물어본 거라고 합니다. 어쨌든 생각도 못한 일이다, 좋다는 식으로 대답을 했고, 다음달에 열리는 시상식에 갈 거냐는 질문에는 당연히,라고 하고나서, 가능하다면,이라고 덧붙였다고 하죠. Nobel상 관계자 중 하나는 자기네가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있는 Dylan을 무례하고 거만하다고 말하기까지 했는데요.

Bob Dylan with his guitar in a studio.

Bob Dylan with his guitar in a studio.

사실 그런 평판은 Dylan이 debut때부터 계속 들었던 말이고요.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말이 나오게 하는 이분의 태도나 성격이 이분의 창작과정과 깊이 연결되어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나온 노래와 노랫말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고요. Dylan이 미국의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큰 이유라고도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구속되지 않는 거죠. 처음에 folk 음악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기존의 folk musicians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요. 다른 사람이라면 그사람들에게 의리를 지킨다거나, 아니면 적어도 folk 음악에 대한 사명감같은 게 있었을 법도 한데, 이분은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자 acoustic에서 electric으로 과감히 변경했죠. 그후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genre라든가 주제의 음악을 해왔고요. 지난번에 folk에서 rock으로 옮겼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외에도 gospel style이라든가 country, 또 standards까지, 여러 종류의 음악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꾸준히 albums을 발표해서, 지금까지 37개의 studio albums을 냈습니다. 그중에 명반이라고 불리는 albums도 있지만, 또 왜 이런 걸,이라는 평이 쏟아지는 albums도 당연히 있고요. 그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을 때 하는 점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면을 소신같은 멋진 말로 포장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이와 연관이 있는 부분인데, 꽤 솔직하게 보이죠. 돈을 벌기 위해서 음악활동을 한다고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기네 집에 수영장을 짓고 싶은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말도 했고요. 이런 태도는 예술가나 문화인들이 물질주의자라고 당당히 밝히고 다니게 된 80년대 이후의 미국에서도 소위 존경받는 인물들에게서는 쉽게 볼 수 없었고요, 더구나 그전, 특히 이와 상반된 지점에 있다고 할 folk쪽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거든요. 이런 태도가 가식이 없다, 인간적이다라는 평을 이끌어내면서 사람들이 이분을 더 가깝고 좋게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이건 인간성이라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로, 사실 이분이 그렇게 공정하거나 관대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분의 매력은 자기가 완벽함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점이라고 하겠는데요. Nobel상을 안겨준 노랫말에도 잘 나타납니다. 이분은 사회비판이나 계몽적인 내용의 노래도 썼고, 그런 부분이 한국에서는 더 큰 인기를 얻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만큼이나 이분의 음악세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fans이 끌리는 소재는 사랑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연애의 끝이라고 하겠는데요. 물론 대중가요에서 아주 흔한 주제입니다만, 이분의 노래에 나오는 주인공은 여느 노래의 화자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무조건 자기가 착하고 상대가 나쁘지 않습니다. 자기를 정당화시킬 때도 있고, 탓할 때도 있고요. 상대편에게 독설을 할 때도 있습니다. 멋짐과는 반대편에 있다고 하겠고요. 또 헤어진 후에도 요새말로 뒤끝 작렬입니다. 양병집씨가 개사를 해서 한국에서는 “애드벌룬” 또는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노래가 있는데요. 이걸 Bob Dylan이 불렀을 때 제목은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이었습니다. 내용은 헤어지는 순간에 여자에게 듣기 좋지 않은 말을 내뱉는 건데요. 여기서 두번 생각하지 말라는 것은 약간 반어법이면서도 사랑에 실패한 남자의 허세도 들어있는 감정이라고 하겠고요. 예를 들면 “네가 왜 끝나는지 궁금해한다고 바뀌는 건 없을 거고, 내일아침이면 나도 없을 텐데 그 이유는 너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하고 그럴 필요는 없어, 괜찮으니까.” 이런 식이죠. 또 굉장히 사람을 긁습니다. “불을 키려고 하지도 마, 나는 불이란 걸 안 적이 없으니까.”이렇게 얘기를 하거나, 또 “내 이름을 불러도 소용 없어. 어차피 부른 적도 없었잖아.”라거나, “네가 무슨 말을 해서 내 마음이 바뀌고 여기 남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원래 우리는 말을 많이 한 사이가 아니니까.”라고 합니다. 마지막에는 “네가 나한테 못했다는 건 아니야. 물론 더 잘 할 수 있었겠지만, 난 마음에 두지 않아. 너는 그저 내 소중한 시간을 빼앗았을 뿐이니까. 그래도 다시 생각하지는 마, 괜찮으니까.”라고, 끝까지 상처받은 사람의 심정을 현실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헤어질 때 군자인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사회비판적인 내용의 노래도 비슷하게 자기 외의 사람들에게 냉소적으로 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분 노래의 화자를 보면 여성적이기보다는 남성적이고요, 어린 소년이 아니라 성인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이분 가사의 특징은 Ezra Pound라든가 T.S. Eliot같이 약간 지식을 요하는 이름이 등장하는 동시에 ~ing로 끝나는 거의 모든 단어가 약간 서민적인 발음인 ~in’로 대체된다는 건데요. Blowing이 아니라 Blowin’, changing은 changin’, 등등이고요. 비슷한 성격으로 표준어에서는 쓰지 않는 “ain’t”이라는 말도 잘 씁니다. 유명한 노래 제목도 “It Ain’t Me, Babe”인데요. 사실 “That’s Not Me”라고 해도 될 듯한데 그 느낌이 아주 다르거든요. 또 단어 자체도 대부분 쉬운 편입니다. 그래서 말투와 어휘와 내용이 뭔가 묘하게 match가 되지 않는데 그게 또 매력입니다.

그리고 노래 중에 빨리 부르는 게 제법 있는데요. 원래 영어 시에는 rhyme외에 meter 운율이라는 게 있어서 rhythm감이 있는데요. 이분의 가사를 읽어보면 melody를 몰라도 그 rhythm이 살아납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어, 내가 folk rap을 듣고있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Nobel상 전부터도 출판할 예정이었던 가사집이 시일을 앞당겨서 이번달 초에 나왔습니다. 시라는 생각으로 소리내어 읽어보신 후에 노래를 들어보시면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이유에 조금 더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 노래는 “Tangled Up in Blue”라는 곡인데요. 시공간을 초월하지만 연결이 되는 이야기를 주욱 풀어가면서 크고 작은 단위의 운율과 이미지, 분위기 등을 뛰어나게 사용하는 ‘70년대의 수작입니다.

In 1975, Bob Dylan released his fifteenth studio album, Blood on the Tracks. Taken from the cult classic Renaldo and Clara, you can watch Dylan's riveting live performance of Tangled Up in Blue now.

khora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