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erson

평소에는 정치나 세계 문제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제는 자주 news를 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거리가 먼 것 같은 영화를 한 편 알려드릴까 합니다.

Paterson (2016), Starring Adam Driver

Paterson (2016)Starring Adam Driver

Paterson이라는 작품입니다. Paterson이라고 하면 New Jersey에 있는 동네 지명이 아닌가요?라는 생각이 드실텐데요. 맞습니다. 혹시 거기에서 사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이 영화는 그 Paterson을 배경으로 합니다. New Jersey의 주지사였던 William Paterson의 이름을 따온 지명이죠. 이분은 미국의 헌법에 서명도 했고, NJ의 초대 Attorney General도 역임했고, 연방 상원의원, 또 나중에는 연방 대법원의 판사로도 임명이 되었는데요. 이 동네 말고도 William Paterson College라는 대학교도 이분의 이름을 붙여서 기리고 있습니다.

Paterson이라는 동네에는 the Passaic River가 흐르고, 거기에 있는 이름 그대로 큰 폭포인 the Great Falls는 New Jersey 북부가 공업화 하는데 큰 역할을 했죠. 19세기에는 silk를 많이 생산해서 the Silk City라고 불리기도 했었고요. 제 2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공업도시로, 또 shopping할 수 있는 곳으로 번창하다가 그후로는 조금씩 쇠퇴하고 있습니다. 

영화에는 Paterson이라는 이름이 세 가지 뜻으로 쓰입니다. 하나는 물론 무대가 되는 도시의 이름이고요. 또 하나는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Paterson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Paterson에서 살면서 그곳을 노선으로 하는 bus의 운전사로 근무하는 거죠. 영화를 보시면 이 사람이 도시이고 도시가 사람인 듯 나오기도 하는데요. 이는 감독 Jim Jarmusch 자신의 idea는 아니고요. 어떻게 보면 그가 이 영화를 만드는데 큰 영감을 받은 시(문학)에서 쓰는 표현입니다. 그리고 이 시의 제목 역시 짐작하셨겠지만 Paterson인데요. 꽤 유명한 작품으로, 연작 서사시입니다. 

그럼 다시 영화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 Paterson이라는 사람의 일상생활을 담았는데요, 그중 어떤 1주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Weekdays은 서로 비슷비슷합니다. 이게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나날일 수 있겠죠.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아침을 먹고, 같은 곳에 가서, 같은 일을 하고, 끝나고 같은 곳에 들러서 같은 사람들을 접하고, 개와 산책하고, 같은 사람과 저녁을 먹으며 비슷한 대화를 하고, 같은 시간에 잠에 드는 거죠.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똑같아보이는 매일매일도 가까이서 보면 조금씩 다르고 크고작은 사건도 발생하죠. 이 주인공의 경우에는 bus가 고장이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주인공과 다른 인물들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이사람은 항상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뭐를 적는다는 건데요. 수첩이라고 하지 않고 notebook이라고 하겠습니다. 알고봤더니 이 사람은 시인입니다. 그리고 영화 전반에 걸쳐서 주인공이 쓰는 시가 화면에 나오면서 주인공이 낭독하기도 하는데요. 대부분 어렵지 않고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얼핏 들으면 이게 시야?라고 질문을 할 정도로 rhyme도 없거든요.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제목이 “Poem”인 시의 첫부분입니다.

I’m in the house.

It’s nice out: warm

sun on cold snow.

이 시의 마무리는 “내 다리는 계단을 달려내려가서 문밖으로 나가고, 내 윗몸은 여기 남아서 type을 하고 있다”는 이상하면서도 웃기면서도 이해가 되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비롯해서 영화에서 주인공이 쓰는 시는 진짜 시인의 작품입니다. Ron Padgett이라는 분으로, 20세기 미국 예술에서 the New York School이라는 파가 생겼는데, 이분은 말하자면 여기서 제 2세대에 속한다고 하겠습니다. 시인, 화가, 무용가 등등이 모여서 교류하고 협업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게 1세대라고 할 수 있고, 1960년대 초에 시작했습니다. 미국 예술사에서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또 20세기 세계 예술에서 중요한 group입니다. 

한국에서 요즘도 가끔 Drama Special, Drama Festival 등등의 제목으로 작품성 있고 참신한 소재의 단막극을 제작해서 방송하는데요. 이 영화를 보시면 이런 단막극 중에서 수작이라는 느낌이 드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평범해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영화의 줄거리를 다 말씀드릴 수는 없고요. 끝부분에는 주인공이 Paterson에 흐르는 the Passaic River를 바라보며 앉아있다가 옆에 앉은 사람이 읽고 있는 책에 눈이 갑니다. 그 책의 지은이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이거든요. William Carlos Williams라는 comedy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인데요. Pulitzer상과 National Book Award for Poetry를 수상한, 미국의 유명한 시인입니다. 그리고 이 분의 이름을 딴 상도 제정이 된 것을 보면 이 분의 위치를 아실 수 있겠죠. 이렇게 중요한 시인이 된 것만 해도 큰 성공인데, 한국 어머님들이 아주 부러워하실만한 부분이 더 있습니다. 이분은 시를 부업으로 썼습니다. 본업, 영어로 day job이라고 하죠, 이건 의사였습니다. New Jersey Passaic에 St. Mary’s General Hospital이라고 있는데요. 이분이 거기에서 오래 소아과 과장으로 근무했습니다. 미국인이라면 중고등학교때 이분의 시 한두 편은 읽게 되는데요. 미국적인 색채와 style을 대부분 쉽고 미국적인 말로 구체적으로 그려낸 분이고요. 그중 아주 유명한 시가 “The Red Wheelbarrow”라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또 짐작을 하셨겠지만 이분이 아까 말씀드린 연작 서사시 Paterson를 썼습니다. 대학교때 문학을 전공하셨거나 관심이 있으셨다면 James Joyce라는 이름을 잘 아실텐데요. Joyce가 Dublin을 문학에서 큰 조명을 받게 했듯이, William Carlos Williams는 자신이 사는 동네의 옆동네인 Paterson을 그런 위치로 끌어올리고 싶었다고 하죠. 그래서 기획을 한 거고, Paterson을 사람으로 보고 그 일대기를 쓰려고 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분은 또 아까 말씀드린 the New York School 1세대 시인들의 대부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한데요. 또 미국 counterculture 운동에서 중요한 인물인 Allen Ginsburg의 스승이기도 했습니다. Ginsburg는 Paterson 출신이죠. 이렇게 Paterson이라는 도시가 미국 문학사에서 갖는 의미를 알고 다시 거기를 가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요. 또 그 시가 어떤 감독에게 영감을 주어서 영화가 만들어지고, 그 영화에서 또 내일의 예술작품이 구상되기도 하겠죠. 요즘처럼 절박한 일이 많은 시기에는 시나 영화의 역할이 회의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에서 news를 얻을 수는 없더라도, 시에 있는 것의 결핍으로 오늘도 많은 사람이 비참하게 죽어간다”고 Williams 자신이 썼듯이, 이럴 때야말로 이런 예술 감상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 노래는 주인공이 영화 마지막에 적는 시가 가사인 노래인데요. Bing Crosby가 불러서 큰 인기를 얻은 “Swinging on a Star”라는 곡입니다. 오늘은 Nino & April의 cover version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Provided to YouTube by Warner Music Group Whispering · Nino Tempo & April Stevens Sing The Great Songs ℗ 1964 Atlantic Records Writer: Coburn Writer: J. Schonberger Writer: R. Coburn Writer: ROSE Writer: Schononberger Writer: V Rose Auto-generated by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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