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s
미국에서 살면서 좋은 점은 사과의 품종도 많고 일년 내내 손쉽게 구해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일텐데요. 지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곳에서도 사과를 판매하고 있을 수 있겠습니다. 또 동부에서는 요즘이 제철이라서, 지난달이나 이번달에 apple picking을 다녀오셨을 수도 있겠네요. 사실 미국에서 파는 사과는 대부분 서북부에 있는 Washington 주에서 공급을 하는데요, 제가 보스턴에 살았을 때 가게에서 파는 사과를 품종별로 하나씩 다 먹어보자는 극히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스무 개에 가까운 품종을 시식했는데요, 평상시 먹던 것 외에도 새로운 맛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Apple pie and America
사과는 한국에서도 친숙한 과일입니다만 미국을 대표하면서 상징하는 과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만큼 사과와 미국을 연관시키는 표현이나 용어도 많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과가 이 미대륙에서 원래 자랐던 것이 아니라 식민지 시대에 유럽에서 씨를 들여온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시작한 것에 자신의 색을 입혀 이제는 이 나라와 가장 가까운 연상이 되도록 하는 것 자체가 미국적인 것이므로 어찌보면 이 사과가 그런 면에서도 미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겠죠. 어쨌든 미국과 사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apple pie이겠는데요. 이 역시 유럽, 특히 영국에서 전파된 음식이지만 지금은 미국을 상징하는 음식이 되었죠. 얼마나 “미국”과 동일한 뜻으로 쓰이는가는 “as American as apple pie”라는 표현에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애플파이만큼이나 미국적”이라는 말이니까, 이보다 더 미국적일 수 없다라는 뜻이죠. “Apple pie”가 들어가는 미국어 표현이 하나 더 있는데요, “mom and apple pie”라는 말입니다. 건전하고 전통적인 미국을 상징하죠. 정치적으로는 너무나 당연하거나 참된 것이라서 이의나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없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또 2차 세계대전 때, 참전하는 어린 장병들에게 왜 전쟁에 나가는가라고 물었을 때 상징적으로 꼽은 대답이라고 합니다. 이런 것은 뜻을 얘기하지 않는 게 더 멋있지만 굳이 풀어보자면 “가족과 조국”이겠죠.
“Apple”이 들어간 음식으로 미국과 연관된 것이 하나 더 있는데요, apple cider입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한국과 일본에서는 사이다라고 하면 청량음료를 가리키는데요, 과일, 특히 사과로 만든 음료이고, 알콜을 포함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발효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그냥 “apple cider”는 무알콜에 무발효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고, 알콜이 들어가면서 발효되면 보통 “hard cider”라고 구분을 해줍니다. 또 알콜을 섭취하지 않는 사람이 샴페인 대신으로 “sparkling apple cider”를 마시는 경우도 있죠. 이 apple cider는 apple pie처럼 표현에는 많이 쓰이지 않습니다만 미국의 초창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물 대신으로 많이 마셨고, 당시 미국에서 재배하던 사과의 대부분이 applejack이라고도 하는 이 hard cider를 만드는데 쓰여졌죠. 접목을 해서 재배하는 게 보통이었던 사과를 미국에서는 씨를 뿌려서 키웠는데요, 이런 말이 나올 때 미국사람들이 딱 떠올리는 이름이 Johnny Appleseed입니다. 물론 본명은 아니죠. 실재의 인물이면서 전설적이기도 한데요. Massachusetts 출신으로 Pennsylvania, Ohio, Indiana, Illinois 등에 사과씨를 전파하고 많은 종묘원과 과수원을 만든 사람입니다. (미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heroes, 위인인데요, 사실 알고 보면 이 사람이 사과를 보급한 이유가 몇 개 있습니다. 하나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사과주를 만들기 위해셔였고, 또 하나는 사과나 배나무를 심으면 그 토지의 소유권을 주장하는데 유리해졌고, 그리고 이 사람이 다니는 곳마다 종묘원을 만들면서 franchise나 위탁 경영등을 통해 부자가 되고 부동산 재벌도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검소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옛날에 살았던 인물이지만 요즘 apple이라고 하면 금방 생각나실 고 Steve Jobs의 회사 Apple에서 만든 iPhone 등의 광고에 이 사람의 이름이 많이 나왔고, 컴퓨터 모델의 이름이 Macintosh 역시 사과의 품종 McIntosh에서 따온 이름이죠.
또 뉴욕을 “the Big Apple”이라고 부르죠. 이 별칭의 어원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한 100년 전부터 쓰였고요, 뉴욕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팀 the Mets의 홈구장 Citi Field에서는 자기팀 선수가 홈런을 치면 큰 사과가 주욱 나왔다가 들어가죠.
Apple하면 떠오르는 표현은 “apples and oranges”인데요. 두 개가 서로 비교를 할 수 없을만큼 다르다라는 뜻이죠. 예를 들어 두 영화가 있는데 하나는 Hollywood blockbuster로 제작비도 많이 들고 대중성이 많은 영화고, 하나는 독립예술영화라고 했을 때, 누가 둘 중에 뭐가 더 좋은 영화냐고 묻는다면 “It’s like comparing apples and oranges.” 이렇게 대답을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제대로 비교를 할 수 있는 공통된 조건이나 기준이 없다는 말입니다.
또 “one bad apple”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사과 상자 안에 사과가 많이 들었는데 하나가 상했으면 그게 다 퍼져서 다른 것도 상하거든요.
마지막으로 미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좋은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Apple of my eye”라는 말인데요. 구약성서에서도 나오는 표현이고, Shakespeare도 희곡에서 썼으며, 19세기 초에 Walter Scott이라는 작가가 쓰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지난주에도 나온 노래 “내 귀에 캔디”가 아니라 “내 눈의 동공”이라는 뜻으로,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한국어로 하자면 금지옥엽, 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70년대초 미국 대중음악을 논할 때 뺄 수 없고 한국에서도 가수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Stevie Wonder의 1973년 노래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에 이 표현이 나옵니다. “You are the apple of my eye. Forever you’ll stay in my heart.” 영원히 내 가슴에 남으리. 개인적으로는 시각 장애인인 이 사람이 이 표현을 쓰니까 더 애틋하면서도 뜻이 더 잘 전달되는 듯하기도 합니다.
사과가 많이 나오는 이때 이런 노래와 함께 apple pie를 만들거나 먹는 것도 미국을 즐기는 방법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