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rms of Address

최근 몇년 사이에 한국에서 지내셨던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상한 존댓말이 쓰이고 있다고 하죠. 바로 경어를 붙이지 않아야 할 대상에 붙인다는 건데요. 예를 들면 가게에서 물건 값을 알고 싶어서 “이거 얼마인가요?”라고 물어보면 “이건 만원이세요”라고 대답을 하거든요. 즉 주어가 그 물건인데 그걸 높여서 얘기를 한다는 것입니다. 존댓말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아예 모든 것을 높인다고 하는데요. 그게 틀리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이렇게 다들 쓰니까 예를 들어서 편의점의 직원인데 자기만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손님이 기분 나빠한다는 것입니다. 

Dennis the Menace and Mr.Wilson

Dennis the Menace and Mr.Wilson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는 호칭이나 지칭도 달라져서, 전반적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선 호칭인 경우에, 예전에는 아무개 씨라고 부르는 게 예의를 차리는 거였는데, 이제는 뭐뭐 님이라고 하는 게 더 부드럽고 예의가 있어보이죠. 지칭인 경우에도, 그냥 누구 씨라고 하기보다, 이름 다음에 그 사람의 직책이나 직위 같은 것을 같이 불러주는 게 보통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작가 홍길동 씨라고 하는 것보다는 홍길동 작가라고 하는 그런 식인데요. 그리고 이게 호칭으로 넘어가게 되면 그 뒤에 하나가 더 붙죠. 바로 그 “님”자인데요. 즉 홍길동 작가님이 되고, 홍 작가님이라고 성만 불러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바로 “작가님”이라고 하게 됩니다. 이런 호칭이나 지칭의 inflation이 어떻게 보면 한국인들이 이름만 부르는 것을 그만큼 꺼려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에 비해 미국은 반대의 추세라고 할 정도로, 호칭이 점점 더 casual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거의 모든 상황에서 서로 first name으로 호칭을 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나이나 지위가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병원이나 은행에 가면 환자나 고객을 호명할 때 first name으로 하고, cafe나 gym 같은 데서도 물론 그렇죠. 한인 교포분들이 미국에서 생활하시면서 적응이 제일 안되는 부분 중 하나가 아마도 이게 아닐까 하는데요. 한국이라면 감히 누가 first name만 부르겠습니까? 성에다가 직책을 붙이고 그 뒤에 “님”까지 붙여서 부를텐데, 여기에서는 아주 어린 사람이 내 first name을 부르는 거니까요.

사실 미국에서도 옛날에는 조금 더 격식을 차렸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든가, 사적으로 만나지 않고 업무상 만나는 사람인 경우에는 first name으로 부르지 않았죠. 보통 Mr.라든가 Ms./Miss/Mrs.를 쓰고 그 다음에 성을 불렀습니다. 또 아주 어린 사람이 어르신을 부를 때도 이런 식으로 부르기도 했죠. 1950년대에 처음 나온 “Dennis the Menace”라는 만화가 있는데요. 여기에서 악동 소년인 주인공 Dennis의 괴롭힘을 제일 많이 받는 상대는 옆집에 사는 아저씨인 George Wilson이라는 사람입니다. Dennis가 이 사람을 호칭하거나 지칭할 때 Mr. Wilson이라고 하거든요. 그러나 요즘은 이렇게 이웃집에 사는 경우에는 두 사람의 나이차가 아주 많더라도, 또는 두 사람의 직업이나 직위가 많이 다르더라도, first names으로 부르는 게 보편적입니다.

사실 옷차림을 보더라도 대체적으로 예전보다 훨씬 편해지지 않았습니까? 호칭 문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를 하시면 되겠죠. 그리고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성으로 호칭을 한다는 것은 내가 너를 존중해서라는 뜻보다는 나는 너랑 가까워지기 싫다는 속마음의 표시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즉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뜻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를 불편해 하는구나, 또는 싫어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한다는 거죠. 

여기서 한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first name으로 부르느냐 성으로 부르느냐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형평성인데요. 즉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A가 B를 부르는 방식과 B가 A를 부르는 방식이 동등한 게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내가 누구를 first name으로 부를 때는, 그 사람도 나를 first name으로 호칭할 것을 예상하셔야 하고요. 누가 나를 격식을 갖춰 불러주길 원한다면, 나도 그 사람을 높여서 부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겠죠. 그쪽에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해주지 않는 이상은요. 

여기서 예외는 업무나 직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때에 한해서, 그중에서도 소수의 경우인데요. 나를 직접 돌보는 의사는 Dr. 누구라고 높여 불러주고요. 자기 자녀의 선생님에게도 last name으로 호칭합니다. 학생들도 물론 그렇게 부르는데요. 이게 바뀌는 시점이 대학이나 대학원입니다. 어떤 교수는 대학생들에게 first name도 괜찮다고 말하고요. 보통은 대학원생이 되면 교수를 first name으로 부르지만, 그걸 좋아하지 않는 교수님들도 많거든요. 법원에서 업무가 있다면 판사나 검사에게 높여서 호칭을 하는게 좋고, 경찰서에서도 마찬가지로 직위를 써서 호칭합니다. 정치인을 공적으로 만난 경우에도 이에 해당합니다. 종교인, 즉 성직자들에게는 꼭 내 담당이 아니라도 높여서 호칭을 하는 게 아직까지는 예의에 맞는 것 같고요. 이럴 때는 이 사람들의 직위나 직업만 부르시면 됩니다. 즉 판사를 호칭할 때 Judge 또는 Judge 아무개 이렇게 부르시면 되지, Ms. Judge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앞에 이렇게 salutation이라고 해서 Mr.가 하나 더 붙는 것은 정말 극소수인데요. Mr. President나 Mr. Chairman 정도이고요. 이럴 때는 그 뒤에 성을 붙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이웃집 사람인데 의사라든가, 큰 회사 사장이라고 하더라도, 사적으로 알게 된다면 first name으로 부르는 게 가장 보편적입니다. 그럼 내 회사의 사장님이면 존칭으로 호칭하는 게 맞겠지?라고 궁금해하실 분도 계실텐데요. 이건 회사마다 다른데요. 요즘 추세는 다 first name을 쓰는 것이라서, 직원이 1000명이 되더라도 사장을 first name으로 부르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런 미국의 문화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우선 꼭 사회적인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존중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요. 두번째는 그와 약간 대조되는 말씀인데, first name을 부른다고 해서 존중이나 존경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남부지방에서는 아직도 존칭을 쓰는 관습이 더 남아 있기도 하고, 어떤 가정은 자녀가 부모님도 first name으로 부르는 등, 잘 아시다시피 미국은 어떻다,라고 한마디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한국과 비교해서, 또 미국의 예전 세대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대체로 first name을 서로 동등하게 부르는 추세이고요. 나이, 인종, 성별에 관계 없이 형평성을 생각하시면 이 미국의 문화에 익숙해지기가 조금 더 수월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노래는 6월 5일 낚시의 날을 앞두고 물고기들이 뛰논다는 가사가 들어있는 Gershwin의 명곡 “Summertime”을 Sam Cooke의 목소리로 들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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